series Moon and Light
Photography Installation, Black & White Photography, Pigment Print
“작가는 2017년과
2018년, 여러 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하며 〈달과 빛〉
시리즈를 진행했다. 1호선을 따라 걸으며 채 발견하기 어려웠던 서울의 풍경 속에서의 근대의 흔적과 잔상을, 일본이라는 지역으로 위치를 바꾸어 다시 찾고자 한 것이다. 〈일식〉, 〈달과 빛〉, 〈표면〉 등의 몇 가지 세부 연작으로 구성되는 이
작업들은 특정한 사진의 양식을 모티프로 하여 대상이 되는 소재와 장소, 그리고 작품의 형식을 달리한다. 이 중 가마쿠라의 해변에서 촬영한 〈일식〉 시리즈는 네거티브 필름을 모방하여 20세기 초 흑백사진의 양식을 재현한 것으로 지난해 부산의 BMW포토스페이스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달과 빛〉 시리즈는 야간 촬영한 디지털 사진을 통해 근대화의 시기를
거쳐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진보한 사진 매체의 변화를 살펴본다.
요코하마시의 사쿠라기초 역은 1872년 개업한 일본의 최초의 철도역 중 하나이다. 그날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중간의 어느 역에서 내려 도쿄를 향해 걸어가며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첫차를 타고
요코하마로 다시 돌아온다. 작가는 네 번의 촬영을 통해 사계절의 밤 풍경을 담았다. 전시장의 바깥 공간에 설치된 라이트박스 작품들은 관람자의 위치와 시점에 따라 상반된 화면을 각기 다르게 조합하여
보여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장면 속에서 관람자는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가상의 거리를 배회하게 될 것이다. 안쪽 전시장에서는 디아섹 액자로 제작한 〈달과 빛〉 시리즈를 통해 빛과 도시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더욱 면밀히
살펴본다. 또한, 작품 선별 과정에서 탈락된 촬영 이미지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나열한 인덱스는 촬영 과정 중 작가의 움직임을 함께 따라간다. 작업의 결과물은 작가가
도쿄를 향하는 경로 위에서 발견한, 가공되지 않은 우연한 장면들이다.
인공의 빛과 달이 함께 비추는 도시의 번화가와 어느 주변부는 고요한 적막에 휩싸여 있다. 인공과
자연,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는 심야의 빛만이 남겨진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관람자에게 다가온다.”
금호미술관 전시 소개글에서 발췌
Eclipse #022, 125 x 100cm, UV Print, 2018
Eclipse
Photography Installation, Black & White Photography, Pure Matboard, Sakura Frame, UV Print
The target of filming in <eclipse>
are lovers who came to Kamakura(鎌倉), which takes only
an hour to reach from Tokyo by subway. The spatial background is the beach and
Enoshima Chikohuchi in the Kamakura area, where modern romance and nostalgia of
the early 20th century are deeply ingrained.
Kamakura was the capital of the Kamakura
shogunate and also was the fourth largest city in the world from 1185 to 1333.
Nevertheless, it fell into a deserted village in the Edo period, where no
structures have been constructed since the medieval period. In 1889 the Yokosuka Line (横須賀線) connecting Tokyo was opened and the number of tourists increased
rapidly. At the same time, it became a residential complex near Tokyo and was
protected by the Ancient Capital Preservation Law along with Nara(奈良) and Kyoto(京都) due to rapid development.
since then, it came to be called 'Kanto(関東) in Kyoto(京都),'
where cultural heritage from the medieval period survived.
That is why Kamakura has become a loved
city by literary artists seeking refuge in the face of the rapid expansion of
post-war Tokyo. In many monochrome films by Yasujirō Ozu (小津安次郞) such as <Late spring>(晩春,1949),
scenes of the main character walking along the Kamakura coast began to appear
at any time and Yasunari Kawabata sneaked inside Kamakura from early on and
never left until he died. Kamakura was an obvious present age for them.
After a long time, I decided to become a
modern-day human as I decided to conduct an impotent experiment on the
challenge that photography was impossible to capture now as a past tense.
Looking forward to seeing modern senses that I had never felt reappear. I
decided to take pictures with a camera if I had the chance.
On weekends, I took
Enoden(江ノ電, Enoshima Electric Railway) with people who
were inspired with the atmosphere and headed for Kamakura. On the rocks of
Chikogahuchi(south of Enoshima), on the beach sand of Shichirigahama(七里ヶ浜), lover looked at the sunset for a long time when they fall into
their own world.
The sun's angle forms a smooth curve and
illuminates their facade of the face and no longer the shadow becomes. There
was a dark, dark back figure between them and me, unlike the front, which was
soaked with the sun and flown brightly. The formal contrast to black and white,
which divides the light into two parts, appeared completely only in black and
white photographs. It was a fairy tale and a perfect match for modern romance
to be linked to the photographic style of the era of the early 20th century.
The romantic origins
that people have fallen into Kamakura and Enoshima take roots in modern times,
Love and nobility, absoluteness, nature, constructivism, the pursuit of
absolute beauty, formal beauty, orthodoxy, life and death, light and darkness
gradually disappeared after modern combustion. The flames naturally mingled
with the falling sun and the waves of the sea and the snowy mountain on Mt.
Fuji and temporarily it transcends the time and space for a while and flashes
out like fireflies. At this moment, it invites the early 20th
century to present, and it makes us feel we are in the modern virtual world. It is a mental -
timeless eclipse that rarely happens to people who live the present.
<일식>(日蝕)에서의 촬영 대상은 도쿄에서 전철을 타고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마쿠라(鎌倉)에 찾아온 연인들이다. 공간적 배경은 20세기 초 당시의 근대적 낭만과 향수가 짙게 밴 장소로써 유효하게 존속하는 가마쿠라 일대 해변과 에노시마(江ノ島) 치코가후치(稚児ヶ淵)다.
가마쿠라는 1185년에서 1333년까지 가마쿠라 막부의 수도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도(江戶)시대에 와서 한촌으로 전락함과 동시에 중세 이래에 도시 경관이라고 할 수 있는 건조물이 축조되지 않았다. 이후 1889년 도쿄와 연결하는 요코스카 선(横須賀線)이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도쿄 근교의 주택단지로 부상하며 급격한 개발이 이루어지자 나라(奈良), 교토(京都)와 함께 고도 보존법의 보호를 받았다. 이때부터 중세 시대의 문화유산이 살아남은 ‘관동(關東)의 교토’라 불리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마쿠라는 전후 도쿄의 급속한 팽창에 맞서 피안을 찾는 문예인에게 사랑받는 도시가 되어갔다. <만춘>(晩春, 1949)과 같은 오즈 야스지로(小津安次郞)의 수많은 흑백영화에는 원경(遠景)으로 에노시마를 걸치고 주인공이 가마쿠라 해변을 따라 걷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찍이 가마쿠라 안쪽에 숨어들어 최후에 이르기까지 이곳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들에게 가마쿠라는 엄연한 현대였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사진이 과거 시제로써 ‘존재했음’을 현재에는 찍어 낼 수가 없다는 난제에 무력한 실험을 감행하기로 한 나는 가마쿠라를 빌려 근대에 사는 인간이 돼보자고 결심했다. 한 번도 나를 통과해 나간 적이 없다고 느꼈던 근대의 감각들이 가마쿠라에서 재현되기를 고대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카메라로 찍어내기로 작정했다.
나는 주말이면 한껏 고무된 일본 사람들과 함께 에노덴(江ノ電)을 나눠 타고 가마쿠라로 향했다. 에노시마 남쪽의 치코가후치 바위 위에서, 시치리가하마(七里ヶ浜) 해변 모래 위에서, 연인들은 각자가 가진 인력에 의해 엉켜 후지산 만년설 위로 떨어지는 해를 오랜 시간 바라봤다. 해의 각도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그들의 정면을 비추면 그만큼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 해에 흠뻑 젖어(浴びる) 환하게 날아간 앞모습과 달리 그들과 나 사이에는 점점 윤곽선만 짙어져 검은 형태로만 인식되는 뒷모습이 있었다. 빛을 양분해 내는 흑과 백의 형식적인 대비는 흑백사진으로만 온전히 수용되었다. 근대적 낭만이 20세기 초 당대의 사진적 양식과 연동하기 위한 절묘한 일치이자 동화였다.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를 찾는 사람들이 빠져들게 되는 낭만의 기원은 근대에 빚을 지고 있다. 사랑과 숭고, 절대성, 자연, 구성주의, 절대미에 대한 추구, 형식미, 정통, 삶과 죽음, 빛과 어둠과 같은 오래된 가치들의 명맥은 근대에 활활 타올랐다가 점차적으로 사그라졌다. 그 불씨는 서서히 떨어지는 해와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와 후지산 정상의 설산과 같은 가마쿠라가 보유한 자연과 중첩되어 잠시 동안 시공을 초월하였다가 반딧불처럼 짧게 명멸한다. 이곳은 그 순간만큼은 20세기 초를 현대로 만들며, 현대에 살지만 근대를 현대적인 가상의 세계로 감각하게 만든다.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 드물게 일어나는 심적-시간적 일식이다.
Installation View, BMW Photo Space, 2019
Moon and Light